본문 바로가기

Design

[디자인 스펙트럼] 텐센트 디자이너들의 중국 디자인에 대하여

중국의 브랜드 디자인과 중국 IT회사에서의 경험
김유라(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QQ뮤직), 이현규(텐센트 게임즈)


2020년 1월 18일 토요일

https://www.openpath.kr/23/?idx=13


* 중국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김유라님(이후 ‘김'이라고 칭하겠음) : 플러스엑스라는 에이전시에서 일을 했었는데 이후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에이전시, 인하우스, 스타트업 등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에이전시가 아닌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은 니즈가 있었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중국 클라이언트를 받아서 리서치와 미팅을 위해 중국에 가보면서 중국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워낙에 반복되는 일보다는 새로운 일을 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새로운 기회를 찾으러 떠난 것 같다.

이현규님 (이후 ‘이'라고 칭하겠음) : 원티드에서 3년 넘게 일을 했고 해외 이직을 알아보다가 유라님 추천으로 면접을 보게 됐다. 면접을 보러 중국에 갔는데 상상하던 분위기와 달라서 놀랐다. 일반적으로 상상하던 중국의 느낌보다는 일본이나 필리핀의 느낌이었다. 한국에 비해 회사 복지나 대우도 좋고 업무 자율도가 높아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해외라는 점도 좋게 다가왔다.
팀마다 다르지만 한국이 게임 강국이다 보니 게임 팀 같은 경우에는 한국인들도 많고 통역사도 있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 이직 과정은 어땠나요?

 : 헤드헌터를 통해 오퍼를 받아 진행했다. 한국에서 가볍게 몇 차례 화상 면접을 보고 신천으로 가서 대면 면접을 봤다.
서류 → 과제 → 연협 → 레퍼 체크 → 입사 절차를 밟았는데, 캐쥬얼한 분위기긴 했지만 기간이 5개월 정도 걸렸다. 과제는 QQ뮤직(멜론같은 뮤직 플랫폼)을 리뉴얼하는 과제였다. 팀이 중국 로컬라이징이 된 서비스를 해서 외국인이 별로 없기 때문에 관련된 세팅이 잘 안되있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 면접 때 회사로 택시 타고 이동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 텐센트 게임즈에 지원을 했는데 한국에서 화상 대면 면접은 없었고, 서류 면접 후에 바로 신천으로 갔다. 과제는 중국의 춘절(국경절)을 주제로 배틀그라운드 1주년 포스터를 만드는 거였다. 3주의 기간을 줬는데, 2주 반을 생각하고 3-4일 작업을 했다. 사실 과제를 내면서 큰 기대는 없었는데 과제를 통과해서 궁금했다. 면접 자리 때 면접관에게 물어보니 배그는 실사 위주인데 나의 과제는 모든 캐릭터를 라인 프렌즈처럼 2등신으로 만들어서 모 아니면 도의 느낌이었다고 한다. 과제의 의도를 '배그 캐릭터들은 이미 멋지고 예쁘니까 내가 잘할 수 있는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었고, 실사 캐릭터에 대한 허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나는 귀여운 캐릭터로 그 허들을 낮춰서 접근할 거다. 그리고 캐릭터 상품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는데 설득력이 있게 들렸다고 한다.



 

* 입사 후에는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나요?

: UI/UX, Logo, Visual motif, charactor, illustration, event ...
디자인의 경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업무를 한다. 브랜드 디자이너로써 로고, 비주얼 모티프도 잡고 UI작업이나 일러스트레이션, 캐릭터까지도 작업한다. UI 작업 같은 경우에는 경험이 많지 않지만 이번에 리뉴얼하는 작업을 맡았었다. 이번에 캐릭터 작업을 1년 정도 진행하고 있기도 한데 중국은 캐릭터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서비스마다 캐릭터를 만든다. 

: 게임 아이템이 정해지면 게임의 구조, 배경 등이 다 따라가는데 지금 하는 일이 제일 첫 단의 컨셉을 정하는 일이 많다. 게임은 IP가 전부라서 어떤 디자인을 하건 IP와 잘 어울려야 하는 게 다른 디자인과 다른 점인 것 같다. 또 게임 업계가 패션 업계와 콜라보하는 일이 많아졌다. 실제 옷들을 게임 스킨으로 만든다던지, 온라인에서의 경험을 오프라인까지 확장하는 일을 많이 하고 있다. 게임에서 과금을 제일 많이 하는 게 2030인데 그들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나이키다. 길가다 보면 나이키 매장에 줄 서있는 모습이 비일비재할 정도다. 본사뿐만 아니라 게임 개발사까지도 브랜딩에 많이 신경 쓰는 편이라 다 디자인을 해준다.
한국에서는 미니멀한 분위기를 선호한다면 중국에서는 맥시멀 한 분위기를 선호한다. 정형화된 작업(가이드라인) 같은 것도 좋아하지만 컨셉을 잡는 자유로운 작업이 훨씬 많고 그림을 그리는 일도 많다.

 

* 중국에서의 생활, 업무 만족하나요?

김 : 디자인의 온도가 워낙 다양하고 시간이 타이트해서 힘들긴 하다. 볼륨에 비해 급하게 들어오는 업무도 많다. 퍼포먼스를 어떤 분야에 내느냐에 따라 포지션 배치도 재배정해주기 때문에 입사했을 때의 타이틀보다는 퍼포먼스가 중요하다. 힘든 점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만족한다. 한국에서의 생활과는 비슷하지만 다른 점도 많아서 변화를 좋아한다면 만족할 거다.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착하고 외향적이라서 잘 대해준다. 

이 : 생활적인 측면에서는 정착하는데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고생을 덜 했다. 그런데 날씨가... 폭염이 한국의 폭염과는 차원이 다르다. 업무는 생각보다 쾌적하다. 대기업이라서 협소한 영역으로만 일할 각오를 했었는데 오히려 너무 다양한 스펙트럼의 디자인 작업이 약간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중국어를 할 줄 안다면 정말 좋아하지만 영어로 일해도 무관하다. 저 같은 경우 중국어를 못하고 팀장님과 GM도 영어를 하실 수 있다 보니 영어로 업무를 진행한다. 상대방이 중국어만 할 줄 안다면 통역사가 도와주지만, 통역사가 항상 상주해있진 않다. 회의 같은 경우에도 영어-> 중국어로 번역을 해주는 방식이다 보니 영어는 필수적인 것 같다. 그렇지만 영어를 엄청 잘해야 하는 건 아니다.
문화적인 차이도 있는데 광동에는 낮잠을 자는 문화가 있어서 점심시간이 3시간이다. 날씨가 워낙 덥다 보니 생긴 문화인데 학교들에도 다 있을 정도의 일상적인 문화이다. 외국인들은 보통 그 시간에 취미생활을 하는 등 시간을 활용하는 편이다. 보통 일만 제대로 하면 터치하지 않는다.

 

* 중국 생활 중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일은? & 즐거웠던 일은?

김 : 첫 정착이 제일 힘들었다. 인사말 정도만 하는 수준이었어서 언어 문제가 제일 힘들었다. 언어가 안되다 보니 일을 하면서 프로페셔널해 보이지 않는 점도 고민이다. 한국에서의 퍼포먼스가 100%라면 중국에서는 60~70%밖에 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사고방식이나 문화가 다르다 보니 사람들에게 매일 자극받는다. 이게 큰 즐거움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유저가 많다 보니 디자인이 공개되면 몇억 명이 보기 때문에 이 것도 즐거운 점이다. 어려운 일도 많지만 즐겁고 보람 있는 일도 많다.

이 : 언어가 가장 어렵다. 업무는 영어를 해도 회사 밖에서는 중국어를 해야 한다. 아직 중국어를 잘하지 못하는데 통역사들이 중국어 클래스를 열어서 의지만 있다면 중국어를 배울 환경도 갖춰져 있다. 사람들이 대부분 착하고 주변 사람들이 먹을 걸 자주 준다. 중국의 음식이다 보니 입맛에 맞을 때도 있지만 안 맞을 때도... 헬스장, 다양한 동아리, 농구장, 식당 등등 업무 환경이 좋다. 마치 사육당하는 느낌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김 : 중국어를 열심히 해서 존버 할 계획이고 그 후에는 중국 내에서 이직해보고 싶다. 세계적인 기업이 텐센트 말고도 몇 개 더 있기 때문에 다른 기업으로도 이직해서 지금 겪는 경험들이 중국의 문화인지 텐센트의 문화인지 알아보고 싶다. 더 장기적으로는 중국 말고도 다른 나라에서도 일해보고 싶다.

이 : 게임 업계가 처음이라 이 회사에서 존버 하면서 어떻게 회사가 변하는지 보고 싶다. 커리어 잘 쌓아서 3년은 존버 하는 게 계획이다. 이전 직장에서는 데이터 드리븐이라서 그림을 그릴 일이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그림을 많이 그릴 수 있는 환경에 있어서 그림을 더 잘 그리고 싶다. 그림에 대한 KPI는 명확하다. 아이템을 많이 판다는 거다. 그리고 회사에 블리자드, 드림웍스 등 글로벌한 인재가 많다 보니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 디자이너들이 어느 정도 3D를 다 쓸 줄 알아서 나도 지금은 씨포디를 다시 배우는 중이다.

 


Q&A

* 텐센트의 디자인 직군 채용 계획이 있나요?

김 : 항상 상시로 열려있다. 계속 채용 중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문을 두드리거나 저에게 연락을 달라. 채용 루트는 따로 없거나 중국어로 돼있어서 원한다면 따로 연결해주겠다.

이 : 브랜드 디자이너를 뽑고 있다. 브랜드 디자인이지만 UI나 영상 등 한 부분에서 퍼포먼스를 낸다면 그 부분으로 포지션을 조정해주기도 한다. 그러니 너무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접근해도 된다.

 

* 연봉은 어떤가요?

김 : 현금성/주식성으로 나눠서 받고 추가 수당은 없지만 주말 수당은 있다. 추가 수당은 근태를 따로 체크하지 않기 때문에 측정하기도 어렵다. 중국 IT 쪽은 연봉보다 인센티브가 더 중시되는 분위기다. 

이 : 연봉 테이블이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전 직장 대비 상승률은 한국 내에서 이직하는 것보다 많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게임 쪽은 기본급보다 인센티브 비중이 크다. 대박 난 플젝의 업무가 많을수록 & 포지션이 가까울수록 높다. 

 

* 게임 관련으로 정형화된 프로젝트 업무에 대한 괴리감이 있나요?

이 : 해오던 스타일과 매우 다르고, 실사화된 게임 위주다 보니 괴리감이 있긴 하다. 작업이 헤매게 되면 팀장이 중간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해주거나 레퍼런스를 찾아준다. 잘 안 풀린다 싶으면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일하던 인더스트리랑 다르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잘해나갈 수 있을 거다.

 

* 중국에서 선호하는 디자이너는?

김 : 텐센트는 언어적으로 영어는 필수다. 팀마다 다르지만 우리 팀은 통역사가 따로 없다. 중국어를 하는 걸 제일 좋아한다. 영어도 유창할 필요는 없다. 중국 대학 커리큘럼이 우리랑 되게 다르기 때문에 중국 디자이너들 포트폴리오는 예술적인 분위기가 많다. 성격적으로는 아무래도 외국인이다 보니 외향적인 성격을 선호하는 것 같다. 외국인인 데다 내향적인 성격이면 적응하기 어려울 테니.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면모를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

이 : 다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나도 BX, Visual, UI/UX 등등 정체성의 혼란이 오는 사람이어서 고민이 많았는데 중국은 김밥천국처럼 여러 방면을 다 할 줄 아는 사람을 좋아하더라. 내 포트폴리오도 작업물이 다양해서 좋아했던 것 같다. 원티드에서 일했던 것들과 졸작, 개인작업 등이 있었는데 졸작이 향기에 관한 인터랙티브 한 작업이었다. 면접관들이 이 졸작에 대해서 질문을 많이 했었다. 면접을 보면서 느낀 점은 논리적인 설명을 좋아하고 그런 설명을 하게끔 질문을 많이 한다. 비즈니스랑 엮은 대답을 하니까 되게 좋아했다.

 

* 해외에서 근무하면서 앞으로는?

김 : 한국에서 이미 오래 살아봤으니 다른 나라에서 경험을 더 많이 해보고 싶다.
이 : 아웃풋에 대한 보상을 확실하게 해 주고 실력자들이 많다. 이 두 가지가 너무 맘에 들어서, 중국에 있고 싶다.

 

* 디자인 시스템의 정형화와 플젝마다의 창의적인 시도는 어느 정도?

김 : 중국 내에서 시스템이 정리된 것이 없다. 중국은 다이나믹한 걸 좋아하고 정형화된 걸 지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형화에 대한 니즈가 없다. 브랜드적인 일관성보다는 다양성을 좋아한다. 브랜드 컬러 같은 경우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브랜드의 결을 항상 지켜서 작업하려고 하는데 중국 디자이너들은 ‘왜 항상 같은 컬러를 써야 해? 너무 지루해!’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컬러 같은 경우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브랜드를 잡아간다.

이 : 창의적인 시도를 하는 편이지만 게임 IP 안의 스타일이 확고하기 때문에 대격변은 없다. 예를 들어 배틀그라운드 같은 경우에는 실사화된 캐릭터를 많이 쓰는 캐릭터라서 실사화와 어울리는 작업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 중국에서 디자인을 소비할 때 다른 점은?

김 : 경향이 도시마다 매우 다른데 1선 도시랑 2,3선 도시는 원하는 디자인 경향도 다르다. 3,4선 사람들은 새로운 디자인을 하면 유입률이 떨어진다. 그래서 3,4선 도시를 타겟을 할 때는 도전적인 디자인보다는 모던한 디자인을 주로 하는 편이다. 사람들이 많고 다양하다 보니 한 서비스를 나눠서 적용해보기도 한다.

이 :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유행에 매우 민감하다. 요즘에는 사이버펑크가 유행하고 있는데, 최근 작업물에도 많이 반영되고 있고 실제 결정되는 결과물도 그러하다. 그래서 레퍼런스도 한 가지 인더스트리의 것만 보는 게 아니라 다양하게 많이 보는 편이다. 

 

* 중국 시장과 디자인은 요새 어떤가요?

김 & 이 : 최근 들어서야 중국 시장이 커지면서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커진 거 같다. 한국이 성공시킨 브랜드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진다. 중국 디자이너들을 면접 자리에서 종종 만난 적이 있는데, 중국 디자인 학부가 커리큘럼이 우리나라와 다르게 매우 회화적이라서 브랜딩이란 개념을 회사에서 처음 경험하는 편이다. 포트폴리오 자체도 예술적인 접근이 많다. 그렇다 보니 중국 내에서 브랜딩 관련한 것들이 구축되어있는 편은 아니고 지금도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 중국 텐센트의 디자인 포트폴리오 사이트
https://tgideas.qq.com/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전반적으로 텐센트 회사에서 겪은 경험을 주된 내용으로 캐주얼하게 진행되었다. 스피커들이 중국 업계에 대해 분석적으로 다가가기보다는 직접 프로젝트를 겪으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하셔서 생동감 있게 와 닿았다.
중국 디자인 업계는 아래와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 디자인 시스템처럼 정형적인 것보다는 다양성을 중요시함.
- 트렌트에 민감한 직감적 작업에 비중을 주는 경향이 있음.
- 디자인의 다양성이 있더라도 기본 전제는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선호함.
- 일반적으로 중국이 맥시멀 한 디자인을 좋아한다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진짜 사실임.(!)
- 캐릭터를 사랑하는 나라로, 모든 서비스에서 캐릭터를 공들여 작업함.
- visual, ui, bx, 3D, motion 등 김밥천국형 인재를 선호함.

인상 깊었던 점은, 한국보다 트렌드와 직감에 의존하는 디자인을 많이 한다는 점.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디자이너들이고 게임 업계의 작업물도 있다 보니 아트웍적인 느낌도 강했다. 우리나라는 주로 데이터를 중시하는 반면 중국은 데이터+트렌드를 둘 다 중요시하는 듯하다.

그리고 내수시장을 타겟으로 하다 보니 도시별 디자인 니즈를 파악하고 제공한다는 점.
각 도시별로 경제적, 인프라 차이가 있다 보니 서비스와 디자인을 소비하는 경향성이 다르다는 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