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 나의 이직 기록
지난 여름, 약 두 달간의 짧지만 밀도 높은 이직 활동을 했다. 커리어의 다음 단계를 고민하던 시기였고, 단순한 이직을 넘어서 ‘어떤 팀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던 시간이었다.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인상 깊었던 경험들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게 좋겠다 싶었다. 이 글은 그 여정을 정리한 첫 번째 기록이다.
이번 여정에서는 약 12개의 회사에 지원해서 2군데에서 최종 오퍼를 받았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하게 문을 두드렸고 그 과정에서 의미 있던 경험들을 시리즈(?)로 적어볼까 한다.
서류 & 포트폴리오 정비
이직의 가장 큰 허들. 경력기술서와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했다.
혼자 하면 진도가 나가지 않으므로 지인들과 포트폴리오 모임을 하면서 피드백을 듣고 디벨롭하는 과정을 거쳤다. 열정 넘치는 사람들은 각 회사에 맞춘 포트폴리오를 별도로 만든다고 하던데, 나는 그럴 기력까진 없어서 한 가지 타입으로 승부를 봤다. 사실 하나를 만들기도 정말 힘들다. ㅠㅠ
내가 가진 경험 중에 가장 시장에 먹힐만한 소재를 선정하고, 그 포인트들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비주얼 능력보다는 설득력 있게 스토리를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나 B2B 성격의 작업물이 많았기 때문에 어떻게 더 쉽고 명확하게 이해시킬 수 있을지 고민을 하면서 계속 다듬었다. 가장 중요한 건 내 포트폴리오를 보는 사람은 프로젝트의 맥락이 없기 때문에, 그 맥락을 잘 전달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어디서 왔고, 왜 해결해야 하는지, 왜 이런 결과물이 나왔는지 등에 대한 흐름이 잘 보여야 한다. 나도 다른 사람의 포트폴리오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시장 탐색 및 지원
채용 공고 탐색 → 기업 조사 → 회사 선정 → 지원
채용 공고 탐색
일단 어떤 잡들이 열려있는지 확인해야하기 때문에 채용 플랫폼을 알아봤다. 원티드, 링크드인, 리멤버, 그룹바이 등에서 공고를 탐색했다. 중복되는 공고들도 많지만 한 곳에만 덜렁 올라와있는 경우도 왕왕 있다. 여기 일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며 오픈되어 있는 포지션을 모두 확인하고 그중에서 관심 있는 회사들을 리스트업 했다. 이때가 제일 신나는 타이밍인 것 같다.
기업 조사 / 회사 선정
리스트업한 회사에서 내가 가진 경험을 눈여겨볼 만한 곳을 중심으로 걸러냈다. 나는 B2B 제품군에 경험과 흥미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그리고 그 회사가 내가 일하고 싶은 환경인지, 혹은 어떤 사업을 하는지, 재직자 리뷰는 어떤지 리서치했다. 아래 루트를 활용했다.
- 회사 환경 조사: 회사 공식 블로그, 홈페이지
- 사업 및 안정성: 뉴스기사, 혁신의 숲, THE VC
- 재직자, 퇴직자 리뷰: 잡플래닛, 블라인드
- 커피챗
입사 지원
원티드같은 플랫폼을 통하면 편하기는 하지만, 채용사이트가 별도로 있는 회사들은 무조건 공식 사이트를 통해 지원했다. 수수료 때문에 원티드에 올려두고 진행을 안 시키는 곳들도 있고, 공식사이트 지원을 좋아하는 곳들이 많다. 추가로 지인이 근무 중인 회사라면 추천 전형으로 지원했다. 추천이 합격을 보장하진 않지만, 한 번쯤 다시 눈여겨볼 가능성이 크다고 느꼈다. 레퍼런스 체크도 사전에 되겠고^^;; 물론 지인 추천으로 넣어도 서류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많다.
총 12개의 회사에 지원했다. 대기업부터 작은 스타트업까지 다양하게 문을 두드렸다. 예전에는 대기업이나 유니콘에는 지원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가리지않고 골고루 지원하였다.
2. 인터뷰 준비
12개의 기업 중에 10군데에서 연락이 왔다. 회사마다 스크리닝(전화인터뷰)가 있는 곳도 있고, 바로 1차를 진행하는 곳도 있기에 각 전형에 맞춘 준비가 필요하다. 일단 서류가 통과되면 바로 회사 정보를 리서치하고 예상 질문 리스트를 정리했다. 요즘엔 AI로 면접 연습할 수 있는 툴도 많아서 활용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스크리닝 (전화 인터뷰)
스크리닝은 HR 담당자가 하는 경우도 있고, 디자이너(디렉터/실무자)가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깊이가 있는 질문보다는 가벼운 질문 위주로 진행된다. 간단하게 10~15분 간 업무나 성격적인 핏이 맞는지 보는 것 같다. 어떤 회사는 연봉테이블 이슈가 있었는지, 스크리닝에서 희망연봉 범위를 묻기도 했다. 조용한 곳에서 편안하게 답변하면 대체로 통과할 수 있다. (한 유니콘 회사에서는 화상으로 스크리닝을 진행하기도 했다.) 4곳에서 스크리닝을 진행했고, 3군데를 통과했다.
- 퇴사 사유, 지원한 이유, 경험한 도메인/환경, 선호하는 업무 문화, 희망 연봉 범위... 등
1차 직무 면접
첫 번째 관문인 직무 면접. 내 포트폴리오와 경험, 업무 성향 등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된다. 잡플래닛과 블라인드에서 면접 프로세스, 분위기, 질문 등을 리서치하고, 내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따로 예상 질문을 더 뽑았다. 지인들에게 내 포폴을 보여주면서 받는 질문도 큰 도움이 된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놓치는 부분들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
답변은 가급적 경험 기반으로 구성했다. 구체적인 상황이 드러나는 답변은 면접관의 이해도 돕고, 나도 답변하기 훨씬 수월했다. 추상적인 말은 내가 말하면서도 점점 길어져서 오히려 꼬이는 경우가 많았다. 시간이 많이 지난 프로젝트는 잘 기억이 안 나서, 계속 생각을 끄집어내며 스토리라인을 정리해나갔다. 실제로 많이 말해보면서 계속 다듬고 또 다듬었다. 더불어서 포트폴리오 PT 연습도 당연히 해두어야 한다. 면접 안내에서 얘기가 없더라도, 면접 자리에서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9곳의 면접을 봐야했지만 힘들어서 1곳 지원 취소했다.(체력 이슈ㅠㅠ) 그렇게 8곳 면접을 봐서 4곳 통과했다. 탈락한 4곳 중에 반절은 탈락 사유가 예상이 되는데, 매니징 역할을 원한다거나 하는 등의 질문 등이 있었다. 통과하려면 입에 침이라도 바르고 얘기해야겠지만, 그런 경우 어차피 들어가서도 적응하기 힘들 테니 솔직하게 아닌 건 아니라고 얘기했다. 입사한다고 끝이 아니라, 입사하고서가 진짜 시작이기 때문이다.
2차 문화 면접
이제 문화(컬쳐핏) 면접 4번만 보면 끝난다. 문화면접은 일반적인 예상질문 외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것들이 제법 많다. 매니저, 디렉터, HR담당자, C레벨 등의 다양한 사람들이 면접관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역할과 관심사에 따라 여러 질문이 나오기 때문이다. 대강 사람들과 잘 지내는 사회성 좋고 열정 있는 사람 코스프레하는 편이다. 사람들과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하는지, 스트레스 관리법, 원하는 업무 문화/리더상 등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때에 따라서 직무 관련 질문을 하기도 한다. 요즘은 꼬리질문 형식의 면접이 유행하다 보니, 몇몇 회사에서는 문화면접에서도 정말 집요하게 물어보는 곳들이 있었다. 음. 그런 케이스는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내 인생을 그렇게 캐물어서 뭐하게유?
여하튼 문화면접은 4곳 중에 2곳을 통과하여 최종 오퍼를 받았다.
레퍼런스 / 백그라운드 체크
최종 오퍼를 받게 되면 레퍼런스나 백그라운드 체크를 하기도 한다. 안 하는 곳도 있는데, 레퍼런스 체크를 한다고 하면 2~3명의 동료 연락처를 전달하면 된다. 적당히 잘 이야기해 줄 사람으로 선정하고 진행 의사를 물은 뒤 전달하면 된다. 요즘은 스펙터를 통해서 진행하기도 하는데, 하는 사람은 귀찮겠지만 작성 결과를 일부 볼 수 있기 때문에 흥미로운 경험이기도 했다.
백그라운드 체크는 외국계 기업에서 진행하는 편인데, 별도의 플랫폼을 통해 주소/경력/학력/범죄 여부 등에 대해 작성하고 전송한다. 그 회사가 지불한 요금제에 따라 백그라운드 체크 업체에서 직접 연락을 하기도, 안 하기도 한다.
마무리
- 서류 통과: 10/12 (84%)
- 스크리닝: 3/4 (75%)
- 1차 통과: 4/8 (50%)
- 2차 통과: 2/4 (50%)
- 최종 합격: 2
최종적으로 두 곳에서 오퍼를 받았고, 그중 한 곳에 합류를 결정했다.
개인적으로는 토스를 진행하면서 만들었던 자료와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경험기를 써볼 예정이다) 서류 합격률은 높았던 반면, 인터뷰 통과율은 반절이었다. 직책이나 역할에 대해 서로 기대하는 바가 다른 경우엔 거의 탈락했다. 면접에서 어느 정도 포장은 했지만, 나 자신을 지나치게 꾸며내진 않으려 했다. 예를 들어 매니징할 사람을 원하는 회사엔, 솔직히 그건 아직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번 이직을 통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이 좀 더 명확해졌다. 이전 회사들의 경험을 곱씹으면서, 어떤 환경에서 잘 일할 수 있을지 스스로 많이 고민했다. 나는 비교적 애자일하고 스쿼드 기반의 환경을 선호한다는 것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조건을 완벽히 갖춘 회사는 없겠지만, 나와 핏이 맞는 회사를 가야 서로 해피하게 일할 수 있는 것 같다.
회사가 지원자를 판단하며 선택하는 것처럼, 지원자 역시 회사를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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