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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22 회고하기

추운 겨울, 갑분 퇴사

2년 넘게 다니던 회사에 염증을 느끼고 충동적으로 그만둬버렸다.
보통은 다음 회사를 정한 뒤 움직였는데, 지독한 회의감에 무턱대고 나와버린 것이다. 나름 갖고 있던 계획으론 한 달을 쉬고 취업하는 것이었으나 막상 쉬어보니 off 모드가 되어 두 달 동안 누워있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어딜 놀러 가거나 뭔갈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래도 수입이 없다 보니 그것조차 마음의 부담이었나 보다.

감사하게도 추천으로 이력서를 내기로 한 곳이 몇 군데 있었지만, 그 곳들이 날 기다려주는 것도 아닌데 의욕이 안 났다. 스위치가 꺼진 것 같았다. 그렇게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가, 데드라인을 던져주며 푸시해주신 분 덕분에 한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다. (서류도 밤새서 간신히…) 내고 나니 빠르게 절차가 진행되어서, 4월 경에 새로운 회사에 입사했다. 

 

새 회사. 반년 조금 넘게 다닌 후기

케케묵은 무기력증에 따라온 자신감 상실로, 입사하면서도 많이 걱정했다.
추천받아 들어가서 민폐만 끼치는 게 아닐까. 입사하고 한 두달 정도는 모태모태병(=내 꺼 구려병)에 마음이 힘들었다. 적응이 덜 된 상태로 결과물을 빠르게 내어야 하는 상황. ‘잘’ 하고 싶은데 일단 내 맘에 들지 않으니…. 눈물이 찔끔. 아무도 뭐라 안 하는데 혼자 스스로를 많이 압박했나 보다. 세 달 차부 터는 조금씩 부담을 내려놓고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재미있는데?

워터풀 방식에서 오래 일했는데, 이번 회사에서는 애자일 방식으로 일을 했다. 처음에는 하던 방식대로 완벽한 ‘최종본’으로 개발보다 한 단계 앞에 있어야한다는 생각으로 달렸더니 금방 지쳤다. 애자일에서 워터풀처럼 일하려니 당연한 일이다. 지금은 작업 중간에도 편히 보여주고 피드백을 들으려고 노력한다. 유연하게 일하는 게 처음엔 너무 어려웠는데, 이제는 꽤 즐긴다. 아마 팀에 대한 신뢰도 올라간 것도 한몫했을 거다. 

왜 재미있었을까?

- 일단 팀원들이 잘 맞는다. 성향이 다들 비슷하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주는 멋진 사람들이다. 팀 리더도 멋지고 인간적으로도 배울 점이 많다. 
-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느낌이 든다. 이전 회사에서는 컨베이어 벨트마냥 각 외주조직들이 모여서 일하는 것 같았는데, 여기서는 ‘같이’ 만드는 느낌이 난다. 약간 꽃밭에서 지낸 느낌도 들지만 재밌다.
- 내 무기력과 무력감은 사실, 홀딩된 수많은 프로젝트에서 왔다. 그런 면에서 이번 팀에서는 엄청난 속도로 프로젝트를 내보냈으니 그런 면에서 고되지만 나름 힐링이 됐나 보다. 힘들어! 살려줘! 하면서도 좀 재밌었나 보다.(추억 보정인가?) 그래도 확실히 일이 없는 거보다 바쁜 게 더 재밌다. 올해는 4종의 화면을 신설하고, 3종의 화면을 개편했다. 내년엔 각 프로젝트 회고도 잘 하고 더 멋진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게 되면 좋겠다.
- 내년에는 더 잘하기 위해서 Input을 많이 하는 해가 되어야지. 업무일지도 작성이 좀 밀려있는 상황인데, 하나하나 흘려보내지 말고 곱씹어서 내 것으로 만들자.

 

 

 


 

 

 

돈 얘기

투자. 손 놨다.
취득세와 각종 할부에서 발버둥치느라 허덕였다. 그래도 하반기 전에 모두 벗어나서 프리덤-!!
그러나 그간 어떠한 투자도 하지 않고, 계좌도 방치했다. (사실 일이 바빠서 생각할 틈이 없었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박살났당. 뭐… 어쩔 수 없지. 10년 뒤에 열어보자. 2023년에는 ETF와 지수추종에만 조금씩 투자하고(개별종목은 가급적 적게), 많은 부분을 현금으로 보유할 계획이다.

그치만 월급 받으면 대출과 각종 고정비로 스르륵 나가버리니까, 손에 남는 현금이 적다. 예전에는 잔고가 늘어가니 돈 모으는 느낌이 났는데. 이제는 부채가 줄어드는 형태로 변하니까 현금이 손에 남질 않아 돈이 모이는 느낌이 안 난다. 불경기이기도 하니까… 일단은 지출을 조절해서 현금도 잘 보유할 수 있도록 하자. 월급 소중해.

 

 

 


 

 

 

잡다한 이야기

에코센터
퇴사를 하고나서 뭘 할까 하다가, 구에서 운영하는 에코 프로그램에 지원을 했다. 처음 갔을 때 (아마 2번째 모임)에는 상추 모종과 옥수수를 심었다. 관리는 센터에서 해주고 참여자들은 수확하고 음식만 해 먹는 프로그램인 듯하다. 연령대가 40~60대이다 보니, 엄청나게 오구오구 받았다. 30대 이하는 나 포함 딱 2명이었는데 숨만 쉬어도 오구오구를 받으니 또 다른 의미의 힐링 프로그램이다. 음식을 해 먹는 것도 비건 음식이다 보니 건강한 느낌도 들고 맛도 있다. 자취 음식하는데 지쳐있었는데 나름 새로운 시각도 알게 되고 활력소가 되는 듯.
결론. 하길 잘했다. 근데 바빠서 잘 못나갔다. 죄송해요.

 

 

 

어째 몬스테라 사진만 있네

집 식물들은 어찌 되어가나.
식물 키우기에 꽤나 재미가 붙어서 개체수를 많이 늘렸다. 놓을 곳이 부족할 만큼 늘어나면서 당근에 저렴하게 내다 팔기 시작했는데, 귀찮긴 해도 나름 부수입이 생기네 ㅋㅋㅋㅋ작고 소중한 부수입…. 한 달에 1만원 정도. 취미로 즐기면서 이 정도면 뭐. 괜찮지 않겠는가. 연말을 맞이해서 시금치랑 깻잎도 심어보았다. 잘 될까? 감자는 의외로 잘 크고 있음. 

 

 

 


책책책
당신. 올해도 책을 많이 읽지 못하였군요? 내년을 기약합시다.

 

 

 


 

 

좋았어 2022.

내가 찍은 윤슬

이 글을 적기 전에, 작년의 회고를 읽었다. 그 당시 얼마나 막막했는지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올해는 감사하게도 꽤 의욕을 되살릴 수 있는 해였다.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일도 열심히 하고. 좋은 한 해였다.
긍정적인 기분을 많이 유지할 수 있었다. 내년엔 회사일 외에도 나를 정의할 수 있는 활동도 많이 하고, 더 폭 넓은 시야를 가진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 물멍 좋아하더라. 내년엔 물멍도 많이 다녀야지. 워케이션도 가고. 그리고, 꼭 구체적인 ‘목표 설정’을 해야지. ‘목적없는 노력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이 글이 딱 1년만의 글이라니. ㅋㅋㅋ 블로그도 다시 잘 써보자!!!!
작년 회고보다는 많이 짧지만, 그래도 간략하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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