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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23년 상반기 회고

회사 이야기

내 직장 생활 중에 가장 좋았던 팀.
그러나 불경기에 회사가 인원감축을 진행하면서 팀이 날아갔고 팀원 1명을 제외한 모두를 잃었다. 정말 많이 속상했고 화도 났지만 몇 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찌 됐든 적응해나가고 있다. 어쩌면 체념해 나가는 과정일까? (불경기때문에 매년 회고에 계속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의 프로덕트

내가 담당하는 프로덕트는 내외부의 각기 다른 요청사항이 굉장히 많아서 우선순위가 잘 정리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 역할을 하는 PO/PM 롤이 부재하게 되면서 위 짤과 같은 상황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었다. 물론 이전에도 이 상황에 놓여있었던 건 맞지만 지금처럼 피부로 느끼진 않았달까. 이런 상황에서 프로덕트의 방향성과 존재 여부까지 흔들리니 내 멘탈도 조금 흔들렸던 것 같다. 나에겐 소중하고 열심히 가꾸었던 프로덕트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은 아팠다.
리소스는 항상 부족하고 요구사항은 항상 넘치도록 많았다.

 

 

그럼에도 정상영업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프로덕트에 애정을 갖고 있다. 감사하게도 개발팀에서도 여전히 아껴주는 분들이 있어서 힘이 난다. 이제는 프로덕트를 흔드는 풍파를 조금은 유연하게 (흘려)들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요청사항을 들여다보면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도 한다.
어떻게든 나아가려고 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이 되니 서비스와 사용자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올라간 것도 맞다. 이전에는 꽃밭에 있는게 맞았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고 그동안은 팀장님의 우산 덕에 편히 일했다. 어쩌면 그때보다 지금 더 커리어적으로, 경험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의 롤이 기획적으로 더 넓어진 것도 사실이다. 디자인적으로 고민할 시간이 부족해진 것도 맞지만 이런 접근도 재미있긴 하다. 다만 우당탕쿵탕 진행하고 있으니 더 공부하고 알아가야 할 것.


 

내가 얻어갈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이전에는 '일을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일이 어떻게 되게 할까?'를 고민하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 프로젝트의 운영과 프로세스, 협업 방식에 대한 고민이다. 팀바팀으로 굉장히 다른 문화와 프로세스를 갖고 있었다 보니 그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있는 지금은, 사실 각자도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 보니 '왜 저렇게 일하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일했던 방식이 정답이 아니지만. 각자의 중간 지점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 나에게 당연한 방식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닐 테니까.

작은 프로젝트를 할 때는 어느 정도 수용 가능했던 부분들이, 프로젝트의 볼륨이 클 때는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커지는 상황도 마주했다. 사람들과 서로 조율하는 시간을 갖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이렇게 겪으면서 나아진다면 그것으로 좋지.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소통하는 것. 이해되지 않는다고 화내거나 외면하지 말고 서로를 설득하는 것. (그러나 여전히 쉽지 않은...)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서로 들어주다 보니 포기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어떻게 이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얘기하려고 노력하는 상반기였던 거 같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행동으로 보여줄 것. 말만 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 것. 말만 하는 사람 제일 싫어하니까.
지금까지는 이미 세팅된 프로젝트 운영방식에 내가 적응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다 같이 방식을 맞춰가는 상황이다 보니 이전에 고민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것 같다. 나중에도 도움이 될만한 경험이다.

 

데이터를 보는 경험을 쌓자

데이터를 보는 경험이 점점 중요해지는 나날이지만 부끄럽게도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요청사항에 쫓겨서, 혹은 우리 프로덕트가 그만큼 성숙하지 않아서.라고 방패막이 삼았지만, 결국 핑계일 뿐이다. 이번 상반기에는 데이터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과 모여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데이터적 성과를 보고 있다. 

- 시작하기 전에 어떤 목표로, 어떤 지표를 볼 지 세팅하기
- 데이터가 쌓이면 그것을 바탕으로 회고하고 다음 목표와 액션아이템 뽑기
- 액션아이템을 진행하고 지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들여다보고 다시 회고하기

위와 같은 굴레(?)를 걸어보고 있다. 아직은 서투른 점도 있지만 재미있고 동기부여도 된다. B2C 프로젝트도 하나 더 담당하게 되어서 데이터를 보기에 더 적합하다. 얻어갈 수 있는 부분이 명확하니 더 잘해보자.

 

 

피어리뷰 되새김질하기

긍정적 : 프로덕트 오너십, 적극적, 책임감, 빠른 피드백
개선점 : 불명확한 제품/사업 방향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는 모습, 이전보다 떨어진 에너지


상반기 피어리뷰를 곱씹어보면 전반적인 키워드는 위와 같았다.

함께 프로덕트를 담당했던 사람들이 없으니 나라도 정신 차려야해라며 뚝심 있게 일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동안은 팀원들을 믿고 흘렸던 부분들도 더 챙겨서 보려고 했던 거 같고. 일이 묵혀지는 것도 싫어서 빨리빨리 쳐내려고 했던 것도 있었다. (일들이 우선순위 없이 쏟아지는 건 별개로 해결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오너십이나 적극성에 대한 피드백이 많았던 듯하다. 
다만 이렇게 아등바등하는 와중에도 서비스의 지속 여부나 방향성이 흔들리다 보니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것도 맞다. 그게 지속되니 나중엔 밤에 잠도 안 올 지경...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수면 위로 논하기도 했지만, 맥이 빠졌던 것도 맞다.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맥이 빠지는 건 당연하지 않나. 팀장님만 계셨더라도...라고 생각하지만,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이고 내가 버텨내야 할 문제다. 이게 지나가면 나중에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을까?

사실 비즈니스 전략같은 큰 그림은 기다리면 정해지겠거니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정해지지 않으니 목적지 없는 항해에 극심한 스트레스를...ㅋㅋㅋ 내가 더 능력이 있었더라면.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잡다한 이야기

대만 단수이의 노을

대만 워케이션
대만으로 워케이션을 다녀왔다. 대만까지 간 목적은 먹부림이었으나 하필이면 그 기간 동안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바람에 맘껏 즐기진 못했다. 아무래도 마음이... 그래도 잔잔한 즐거움이 있었고 제일 좋았던 곳을 꼽으라면 단수이. 노을 지는 바다가 너무 좋았고 평화로웠다. 기회가 된다면 하루나 이틀정도 단수이에서 지내는 것도 좋을 듯.
버블티도 좋아하지 않는데 대만에서 먹어보니 버블티가 맛있다는 것도 알았다. 또 뭐가 맛있었더라? 대왕 카스테라의 원조인 나 단수이 카스테라도 먹어봤다. 계란맛이 많이 나고 슴슴하고 폭신폭신하니 맛있었다. 대단히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단순하면서도 종종 생각나는 맛이라서 한국에서도 대만 카스테라집을 찾곤 한다. 그리고 패션후르츠가 진짜 맛있었다...
돌이켜보면 다시 한번 가볼 만한 곳. 워케이션 하기엔 카페도 인터넷도 잘 되어있고 괜찮았다.

 

 

대전 여행
성심당 과일시루 케익이 입소문을 타던 겨울. 충동적으로 다녀왔던 대전.
과일시루 케익은 실제로 보니 너무 어마어마해서 그냥 당일 먹을 빵만 조금 샀었다. 기억에 남는건 카이센동... 맛있었다..=ㅠ=

 

 

도예 원데이클래스
도자기 만드는 원데이클래스를 해봤다. 항상 디지털만 다루다가 실체가 있는 걸 손으로 만드니까 재미있었다. 다시 공예에 대한 흥미가 스물스물.

 

 

오이랑 깻잎 키우기
오이랑 깻잎을 씨앗부터 키웠다. 오이는 한번 수확해서 먹었는데 응애의 습격을 받아 ㅠㅠ 그 이후로 깻잎과 오이는 수확하지 못하는 중... 여름이 어지간히 뜨거운데 내가 관리를 잘 못해줘서 요즘엔 잎이 바삭바삭하다 ㅠㅠ 요즘 식물 친구들에게 관심을 많이 주지 못했다. 반성.

 

 

요거트 만들기
요거트를 직접 만들어 먹고 있다. 이렇게 후식으로 담백질을 섭취하는 건 좋은 것 같다. 밥솥으로 만들까 했지만 또 장비빨을 갖추고 싶은 것이 사람인지라...요거트 메이커를 장만해서 쓰고 있다 ㅋㅋ 파는 요거트처럼 되진 않지만 나름 먹을만하다. 맘 먹으면 그릭요거트도 만들 수 있을 거 같은데, 꾸덕한 요거트를 좋아하지 않아서 패쓰!

 

 

마녀스프 만들기
마녀스프라는 것을 만들어보았다.(몇 달 전에..) 레드와인까지 넣어서 만드니 제법 그럴듯한 맛이다.
빵을 곁들여 먹어도 좋고 그냥 먹어도 좋고. 재료를 다 때려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니 편하다. 또 한솥 끓여서 먹어야지. 문제는 귀차니즘...

 

 

병원에서 잔뜩 겁먹은.

고냥쓰 발치 
양치시키려다 잇몸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병원에 갔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치아흡수병변이라는 병을 진단받고 어금니 하나를 발치했다 ㅠㅠ... 고양이에게는 흔히 발병하고 원인도 불명이라지만 내가 관리를 잘 해주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치료를 해도 완치가 되지 않고 진행이 될 수록 고통이 크다기에 발치를 했다. 슬픈 건 반대쪽 어금니에도 진행되는 듯 하다는 것... ㅠㅠ 고양이는 치아가 없어도 식사에 큰 문제가 없다지만 그래도. 씁쓸해.

 

 

 

책책책

소설의 비중이 조금 높다. (노란 하트는 아직 읽는 중인 책....)
요즘에는 서비스 문구를 직접 쓰다 보니 UX 라이팅 책도 몇 권씩 샀는데 아직 제대로 다 못 읽었다.
휴. 침착하자. 차근차근히. 하반기에는 더 많이 읽어보자~

 

 


 

 

나사를 좀 빼보자

작년 회고를 파이팅 넘치게 마무리했던 것치곤 눈가가 촉촉한 상반기를 보낸 것 같다.
중요한 건 꺾였어도 다시 일어나는 마음. 천천히. 차근차근.
의식적으로 나사를 빼고 회사일이 아닌 다양한 일에 집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매년 이 소리하는데 너무 내 삶을 안사는 것 같음.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아야지. 하반기에는 웃을 일이 많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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